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AI는 못 하겠다고 답했는데, 제가 그 말을 못 받았습니다

AI에 맡긴 작업이 빈손으로 돌아온 이유를 따라가 보니, 원인은 AI가 아니라 제가 쓴 지시서였습니다. 못 하겠다는 답을 받을 자리를 만들어 두는 법 네 가지를 정리한 주간 회고입니다.


안녕하세요, 차분한 개발자입니다.

AI에 일을 맡겼는데 엉뚱한 결과가 오거나 아예 안 온 적 있으실 겁니다. 이번 주에 저도 그랬습니다. 따라가 보니 원인은 AI가 아니라 제가 쓴 지시서에 있었습니다. 오늘은 그 이야기입니다.


이번 주 · AI는 못 하겠다고 답했는데, 그 말을 받을 자리가 없었습니다

작업 하나를 AI에 맡겼습니다. 정해진 시각에 정확히 돌았는데 결과물이 안 나왔습니다.

남아 있는 초안을 열어보니 AI는 이렇게 적어뒀습니다. “지시하신 파일에 접근할 수가 없습니다. 제가 있는 자리는 이 폴더로 제한돼 있습니다.” 지어낸 것도 없고 얼버무리지도 않았습니다. 정확한 답이었습니다.

정작 그 답을 받을 자리가 없었습니다. 뒷단은 완성된 글만 기다렸고 형식이 다르니 그대로 버렸습니다. AI는 제대로 답했는데 제가 그 말을 못 받은 셈입니다.

원인은 제가 쓴 지시서 한 줄이었습니다. “저기 있는 그 문서를 참고해라.” AI가 볼 수 없는 곳을 가리켰습니다.

같은 날 다른 한 건은 더 애매했습니다. 이번엔 글을 쓰긴 썼는데 맨 앞에 “원본 파일이 없어서 아는 만큼 썼습니다” 한 줄을 붙였습니다. 절반은 답하고 절반은 메운 겁니다. 이쪽이 더 무섭습니다.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오니 읽어보기 전에는 모릅니다.

그래서 지시서를 이렇게 바꿨습니다. 개발이 아니어도 그대로 쓰실 수 있는 것들입니다.

하나, 참고할 내용은 위치 대신 본문에 붙여넣습니다. “지난번 그 메일 참고해서”가 아니라 그 메일 내용을 그대로 넣습니다. 사람이라면 찾아보겠지만 AI는 자기가 닿는 자리가 정해져 있습니다.

둘, 원하는 형식을 예시로 못박습니다. “잘 정리해줘”가 아니라 “첫 줄은 제목, 그다음 세 문단, 마지막에 한 줄 요약”처럼 씁니다. 형식이 정해져 있으면 어긋났을 때 바로 눈에 띕니다.

셋, 못 하겠을 때 어떻게 답할지까지 정해줍니다. 이게 제가 빠뜨렸던 부분입니다. “확인할 수 없으면 지어내지 말고 맨 앞에 ‘확인 불가’라고만 적어주세요.” 못 한다는 답도 정해진 자리가 있어야 버려지지 않습니다.

넷, 형식이 어긋난 결과는 버리기 전에 한 번 읽습니다. 저는 실패한 초안이 남아 있어서 열어봤습니다. 답은 거기 있었습니다. 형식이 틀렸다고 내용까지 틀린 건 아닙니다.

기준은 두 개입니다. 이 문서만 들고 아무 사정도 모르는 사람이 결과를 만들 수 있는가. 그리고 만들 수 없을 때 그 사람이 어디에 대고 말할 수 있는가. 두 번째를 비워두면, 안 된다는 말이 실패로 처리됩니다.


만들면서 · 회사를 하나 만들었습니다

혼자서도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자고 시작한 일인데, 지난달에 사업자를 냈습니다. 이름은 무결(無缺)입니다. 결점을 남기지 않겠다는 뜻으로 지었습니다.

시작은 포기한 지원사업이었습니다. 400만 원짜리 지원금을 받을 준비를 거의 다 해놓고 접었습니다. 준비하는 내내 질문이 하나 걸려서였습니다. “나는 지금 돈을 벌려는 건가, 지원을 받으려는 건가.” 그 답으로 사업자를 냈습니다. 그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어 올렸습니다. 2분 45초입니다.

파는 것도 정했습니다. 홈페이지를 만들어드리는 일이 아니라 만든 다음을 맡는 일입니다. 외주를 하면서 제일 자주 본 게 잘 만들어두고 아무도 안 보는 사이트였습니다. 인증서가 만료돼 경고창이 뜨고, 도메인이 조용히 끝나 있고, 몇 달째 안 열리는데 아무도 모릅니다. 그걸 대신 지켜보고 손보는 일을 월 단위로 맡기로 했습니다.

안내 페이지를 올렸고(mugyeol.kr), 지난주에는 정기 점검 기능을 붙였습니다. 등록된 사이트를 매일 확인하고 한 달치 변화를 묶어 리포트로 보내는 부분입니다. 지금은 제 사이트들로 한 달 돌려보는 중입니다. 남한테 팔기 전에 제 것으로 먼저 겪어보려고요.

여기에 무료 진단이 하나 붙어 있습니다. 주소만 넣으면 접속 속도, 인증서, 검색 노출 같은 걸 확인해서 리포트로 보내드립니다. 홈페이지를 만들어두고 한동안 안 들여다보셨다면 한 번 넣어보셔도 됩니다.


맺으며

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. AI에 일을 시켰다가 엉뚱한 게 와서 다시 시킨 적이 있으시다면, 어떤 일이었는지 답장으로 들려주시면 반갑겠습니다.

차분한 개발자 드림

#주간 회고#뉴스레터#AI 활용#지시서